통증도 없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눈앞이 ‘깜깜’…눈에도 ‘중풍’ 찾아온다 [생활 속 건강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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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새 66% 늘어…젊은층도 위험
겨울철 추위, 혈전 발생 가능성 높여
실명 넘어 뇌졸중까지 알리는 경고등
한쪽 눈 잘 안 보이면 곧장 병원가야

급히 안과 전문병원을 찾은 A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망막동맥폐쇄’. 조금만 늦었더라면 영구적인 실명에 이를 수 있었던 긴박한 상황이었다. A씨는 “통증이 전혀 없어 잠시 피곤해서 그런 줄 알았다”며 “눈에도 중풍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혈관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 변동 폭이 커지면서 혈전이 생기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시력에 중요한 망막 혈관이 막히면 이른바 ‘눈 중풍’으로 불리는 망막혈관폐쇄증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자가 늘면서 망막혈관폐쇄증 환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망막혈관폐쇄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2013년 4만8953명에서 2023년 8만1430명으로 집계됐다. 불과 10년 만에 환자 수가 약 66%나 급증한 것이다.
망막혈관폐쇄는 망막에 영양과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시력 감소를 초래하는 안질환을 말한다. 우리 눈의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이곳의 혈관이 막히면 신경 조직이 손상돼 급격한 시력 저하가 발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망막혈관폐쇄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비롯한 전신 혈관 질환을 지목한다. 실제로 망막 혈관은 전신 혈관의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부위이기도 하다. 당뇨병이나 고지혈증 역시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요 요인이며 특히 전신 혈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을 복합적으로 앓고 있는 경우 발생 가능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최근에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에서도 서구화된 식단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고혈압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 층도 더 이상 망막혈관폐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망막혈관폐쇄는 갑작스러운 시력 감소와 시야 이상, 사물이 왜곡돼 보이는 증상으로 나타난다. 박효송 순천향대부천병원 안과 교수는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한쪽이 기능을 하므로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며 “시력 저하가 지속되는 경우 병원에서 빠르게 정확한 검사를 받고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질환은 크게 혈관이 막힌 위치에 따라 망막동맥폐쇄와 망막정맥폐쇄로 구분된다. 그중에서도 망막동맥폐쇄는 안과 영역의 몇 안 되는 긴급 응급질환으로 분류된다. 주로 경동맥이나 심장에서 발생한 색전(혈전 덩어리)이 눈으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서 발생하는데, 대개 통증 없이 갑자기 시야 일부 또는 전체가 어두워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골든타임 내에 적절한 처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시력 회복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이 느껴지는 즉시 안과를 방문해야 한다.
박 교수는 “망막혈관폐쇄는 안저촬영, 빛간섭단층촬영, 형광안저조영술 등을 통해 동맥이나 정맥 폐쇄를 확인해 진단한다”며 “다만 망막동맥폐쇄는 발병 극초기 망막 변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막동맥폐쇄 환자의 경우 안구 혈관의 문제가 단순한 눈의 질환을 넘어 뇌혈관이나 심장 혈관 질환의 전조 신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뇌혈관으로 색전이 이동할 경우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크기 때문에 전신 혈관 상태에 대한 정밀 검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박 교수는 “망막동맥폐쇄의 경우 폐쇄 범위에 따라 치료 효과가 제한적인 경우가 많지만 눈의 압력을 낮춰 혈액 순환을 회복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최근에는 혈전용해제 치료를 시도하거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망막정맥폐쇄는 정맥 혈관이 막히면서 혈액이 정체되고 망막 출혈이나 황반부종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폐쇄된 위치와 범위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데, 황반 허혈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출혈이 흡수돼 어느 정도 시력이 회복되기도 한다. 하지만 광범위한 출혈이나 허혈성 변화가 나타나면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시력 회복에 한계가 있다.
망막정맥폐쇄는 망막동맥폐쇄에 비해 반대쪽 눈이나 양안에 순차적, 혹은 동시에 발병할 확률이 높아 초기 진단 이후에도 장기적인 추적 관찰이 필수다. 최근에는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주사 투여 등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도입돼 합병증 발생을 최소화하고 있다.

다만 전신 상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치료를 지속하면 망막 출혈의 흡수를 돕고 황반부종을 줄여 추가적인 시력 저하를 억제하고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평상시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눈 건강을 체크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박 교수는 “망막혈관폐쇄를 예방하려면 금연, 금주가 필요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칙적인 운동과 음식을 싱겁게 먹는 등 심뇌혈관질환 관련 위험 요인들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망막혈관폐쇄는 방치할 경우 유리체출혈, 황반부종,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신생혈관 녹내장으로 진행될 수 있다. 김예지 김안과병원 망막병원 전문의는 “망막혈관폐쇄는 전조증상이 거의 없어 환자들이 응급 상황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내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평소 생활습관 개선과 전신 질환 관리에 힘쓰고 조금이라도 시야가 흐릿하거나 시력이 떨어지는 증상이 느껴진다면 즉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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