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빛으로 치매 기억력 되살렸다…약물 없는 치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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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는 최경철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팀과 구자욱·허향숙 한국뇌연구원 박사 연구팀이 균일한 밝기의 3가지 색 OLED 광자극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연구팀은 동물 모델 실험을 통해 적색 빛이 알츠하이머 병리 지표와 기억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ACS 바이오매터리얼즈 사이언스 앤 엔지니어링(ACS Biomaterials Science & Engineering)'에 10월 25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은 기존 LED 방식의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OLED 기반 광자극 플랫폼을 구축했다. 기존 LED는 밝기가 불균형하고 열이 발생하며, 동물이 움직일 때 빛 자극에 편차가 생기는 한계가 있다. OLED 플랫폼은 균일하게 빛을 내보내 동물이 움직여도 일정한 빛이 고르게 전달된다.
연구팀은 백색·적색·녹색·청색 빛을 동일한 조건(40Hz 주파수·밝기·노출시간)에서 비교 실험했다. 40Hz는 뇌파 중 감마 대역의 대표적 주파수로 뇌가 정보를 처리하고 기억을 형성할 때 나타나는 뇌파 범위다.
초기 알츠하이머 동물 모델(3개월령)에 하루 1시간씩 이틀간 빛을 조사한 결과 백색과 적색 빛을 쬐었을 때 장기기억이 향상됐다. 해마를 비롯한 주요 뇌 영역에 쌓여 있던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가 줄어들었다. 아밀로이드베타 플라크는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원인 물질로 알려진 단백질 찌꺼기 덩어리다.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소인 ‘ADAM17’도 더 많이 생성됐다. 아주 짧은 기간의 빛 자극만으로도 뇌 속 독성 단백질이 줄고 기억 기능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다.
적색 빛에서는 추가 효과가 나타났다. 염증을 악화시키고 뇌 조직에 스트레스를 주는 '염증성 사이토카인 IL-1β'가 크게 감소해 염증 완화 효과도 확인됐다. 사이토카인은 면역세포들이 주고받는 신호 물질이다.
플라크 감소량이 많을수록 기억력 향상 폭이 더 컸다. 병리 개선이 인지 기능 향상으로 직접 이어짐을 검증한 결과다.
중기 알츠하이머 모델(6개월령)을 대상으로 2주간 장기 자극을 수행한 결과 백색과 적색 빛 모두 기억력 향상은 있었다. 플라크 감소는 적색 빛에서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분자 수준에서도 색상별 차이가 명확했다. 적색 빛을 비춘 경우 플라크를 제거하는 효소 ADAM17는 늘어나고 플라크를 만드는 효소 BACE1는 줄어들었다. 플라크 생성 억제와 제거 촉진의 '이중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백색 빛은 플라크를 만드는 효소 BACE1만 줄어들어 적색 빛에 비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빛의 색상이 치료 효과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성과다.
연구팀은 빛 자극 후 실제로 어떤 뇌 회로가 작동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c-Fos’ 유전자 발현을 분석했다. c-Fos는 뇌세포가 활성화될 때 가장 먼저 켜지는 표지 유전자다.
분석 결과 시각피질에서 시상, 해마로 이어지는 시각-기억 회로 전체가 활성화됐다. 빛 자극이 시각 경로를 깨워 해마 기능과 기억력 향상으로 이어진다는 직접적인 신경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다.
균일한 밝기의 OLED 플랫폼 덕분에 동물이 움직여도 빛이 고르게 전달되어 실험 결과가 흔들리지 않았다. 반복 실험에서도 일관된 효과가 재현되는 높은 신뢰성을 확보했다.
개발된 OLED 플랫폼은 색·밝기·깜박임 비율·노출 시간을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 사람 대상 임상 연구에서 개인별 맞춤 자극 설계에도 적합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자극 강도·에너지·기간·시각·청각 복합 자극 등 다양한 조건을 확장해 임상 단계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참고자료>
- doi.org/10.1021/acsbiomaterials.5c0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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