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두통·기침에 “감기인가 싶었는데, 폐렴 부르는RSV” [건강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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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년보다 2개월이나 빠르게 유행주의보가 내린 인플루엔자(독감)와 함께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감염증도 심상치 않은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주간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는 526명으로 같은 기간 인플루엔자 입원 환자 수(375명)보다 약 1.4배 더 많았다.
가을철부터 이듬해 봄까지 유행이 이어지는 RSV 감염증은 영유아에게서 모세기관지염,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에서 폐렴 등의 치명적인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럼에도 감염 초기엔 일반 감기나 독감과 증상이 크게 구분되지 않아 쉽게 그 위험성을 느끼기 어렵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서준원 조선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RSV 감염증이 일반 감기 등 다른 호흡기 감염증과 어떻게 다른지 알아봤다.

RSV 감염증은 뉴모비리데과에 속하는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감염증이다. 주요 증상은 발열, 두통, 기침, 인후통 등으로 다른 호흡기 감염병과 유사하기에 증상만으로 질환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적인 감기 바이러스는 주로 상기도에서 염증을 일으키지만, RSV는 상기도에서 시작해 하기도(기관지·세기관지)까지 병변이 확장되기 쉬워 쌕쌕거림(천명)·호흡곤란 같은 하부 호흡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호흡기는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길인 기도와 폐로 이뤄져 있다. 기도는 입과 코에서 폐까지 이어지는데 위치에 따라 상기도와 하기도로 나뉜다. 상기도는 콧구멍과 비강, 입을 벌리면 보이는 목구멍 부위인 인두와 편도선 및 그 안쪽의 후두 정도이다. 보통의 감기 바이러스는 이들 부위에서 감염이 일어나며, 감염에 따른 염증과 증상이 그 아래까지 더 퍼지지 않는다. 반면, RSV는 그 아랫부분인 후두부 아래의 큰 기도와 기도가 폐 양쪽으로 갈라지는 기관지까지 감염이 퍼진다. 이런 탓에 기관지 말단까지 감염 부위가 퍼지면서 세부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하기 쉬워진다.
이렇게 바이러스 감염 부위가 목 아랫부분까지 퍼진다면 증상의 양상도 조금 달라진다. 초기 증상과 함께 △숨이 차는 것과 같은 호흡곤란 증상과 △숨을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천명음)가 나는 등의 하부 호흡기 증상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평소 천식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장 기능이 떨어진 상태(심부전) 등의 기저질환자는 △RSV 감염으로 기저 폐 기능이 악화하거나 증상이 심해질 수 있고 △목 안쪽이 크게 부어오르며 폐렴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기도 점막 부종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RSV 감염증의 특별한 치료제는 없는 상태지만, 백신이 비교적 최근에 개발됐다. 따라서 현재로선 예방접종이 RSV 감염과 폐렴 등 중증 발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미 RSV에 감염됐다면 감기와 같이 여러 증상에 맞춰 대응하는 대증요법을 사용한다. 기침엔 진해제, 가래엔 거담제, 발열엔 해열제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항생제 복용은 추천하지 않는다. 서 교수는 “항생제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을 표적으로 하기 때문에 RSV 감염증을 비롯해 세균 감염이 아닌 바이러스 감염으로 발생하는 대부분의 감기 증상엔 항생제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며 “일각에선 감기에도 항생제를 처방하는데, 이는 항생제 남용이나 오용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고위험군에 속하진 않지만, 아토피 피부염이나 비염, 축농증 등 알레르기성 질환을 보유하고 있다면 RSV 백신 접종 등 감염 예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천식 역시 알레르기성 질환인 만큼 이들 질환자 역시 천식과 같이 쉽게 면역력이 저하하거나 기도 감염에 과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 교수는 “천식이라는 질환도 알레르기 질환군의 하나”라며 “알레르기가 피부로 나타나느냐(아토피 피부염), 부비동 등의 상기도(축농증) 혹은 (하)기도(천식)로 가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한다. 이어 “나이가 들수록 (면역력이 약해지며) 비염에서 피부염, 천식까지 알레르기성 질환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y March)이라 부른다”며 “이처럼 이들 질환자는 태어나면서 알레르기 소인을 갖고 있기에 평소 바이러스 감염과 예방에 조금 더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다.
60살 이상 고령층과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선 백신 접종 등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국내 연구에 따르면, 65살 이상 RSV 감염증 환자 중 절반 이상(56.8%)에서 폐렴이 발생했고, 4명 중 1명(25%)은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의 중증으로 진행됐다. 병원에서 사망한 비율도 10명 중 1명(10.6%)꼴에 달했다. 일부 연구에선 독감과 RSV 감염증으로 입원한 고령층 환자가 20일 이내 사망한 비율이 각각 7%와 18%로 나타났다. 연구 방법(후향적 분석)상 일대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그만큼 RSV의 중증 위험도가 크게 높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당뇨병 △만성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신장질환 △요양원 및 요양시설 거주자 등도 고위험군에 속한다.

서준원 교수는 “RSV는 특히나 특이적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없기에 예방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설사 치료제가 있는 감염병이더라도 (병에) 걸린 후 치료하는 것보다 걸리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게 가장 최선의 치료”라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부작용 역시 일시적인 피로감, 가벼운 발열이 2~3일 내에 호전되는 정도여서 우리가 가진 무기(백신)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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