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 주범 '디스크'…"80~90%는 수술 없이도 호전 가능" [헬시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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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이번에는 영락없이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거겠죠?"
서경제(50대·가명) 씨는 최근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심해져 경희대병원 신경외과를 찾았다. 요추(허리뼈) 5번과 천추(꼬리뼈) 1번 사이 디스크(추간판)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고 비수술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된지 두 달여 만이었다.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극심했던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 수술을 각오했다. 그런데 주치의인 강석형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증상을 유심히 듣더니 자기공명영상(MRI)을 다시 찍어보자고 권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통증 부위나 양상이 미묘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MRI 검사 결과 디스크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비수술적 치료로 호전된 상태였다. 그보다 위쪽인 요추 3번과 4번 사이 디스크가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리나 목에 통증이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스크’라는 용어를 떠올린다. 디스크란 척추의 움직임과 충격을 흡수하는 물렁뼈를 뜻하는 해부학적 용어다. 외부는 관절막처럼 추체 간을 연결하는 섬유륜으로, 내부는 탄력 있는 젤라틴 기질의 점성 반액체인 수핵으로 구성된다. 흔히 질환명과 혼용해 쓰지만 엄밀히 보면 옳은 표현은 아니다. 의학적으로는 추간판 내부에 있는 수핵이 손상된 섬유륜을 뚫고 돌출되거나, 탈출해 신경을 압박하고 신경학적 증상을 유발하는 상태를 추간판탈출증이라고 부른다. 추간판탈출증은 척추의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요추 부위가 가장 흔하고 경추(목뼈)가 그 다음을 차지한다. 흉추(등뼈)는 갈비뼈가 둘러싸고 있어 움직임이 적고, 천추는 추간판이 없이 하나로 붙어 있다보니 비교적 움직임이 많은 경추와 요추에 문제가 생긴다.

연간 추간판탈출증 환자는 300만 명에 육박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277만 4102명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퇴행성 변성이 많이 발생하는 40~50대 이상의 척추질환 환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젊은 20~30대 환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장 흔한 청년기 요통의 원인은 요추부 염좌다. 주로 외상이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허리에 큰 충격이 가해졌을 때 발생한다. 요추부 염좌는 추간판의 퇴행성 변성을 촉진시켜 요추 추간판탈출증과 같은 척추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잘못된 자세나 운동 부족, 비만도 젊은 층의 추간판탈출증 발병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꼽힌다. 강 교수는 "중증 비만인 20~30대의 경우 추간판탈출증이 생기는 사례를 종종 본다"며 "체중이 늘면 척추뼈의 부담감이 커지고 척추를 지지하는 근육량은 현저히 떨어지는 대신 그 빈 자리를 지방이 채우기 때문에 척추 건강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복부비만일 경우 체중이 앞으로 쏠려 허리가 굽혀지게 돼 척추 자체의 변형을 유발할 수 있다. 잘못된 자세로 스마트폰,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한다면 아무리 젊더라도 추간판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추간판탈출증으로 진단된 환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는 "수술 없이 완치가 가능한가"이다. 대부분 수술을 추간판탈출증 치료의 최후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추간판탈충증을 포함한 척추질환 환자의 약 10% 정도만 수술이 필요하고 나머지는 운동, 약물치료, 주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호전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추간판탈출증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정도와 호전도에 따라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요법 등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도한다. 신경근 차단술과 같은 통증중재술도 일시적으로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더욱이 젊은 연령층에게는 수술을 적극 권장하지 않는다. 추간판에 수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약물과 주사치료를 병행하면 증상 완화 및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정부는 4~6주 이상의 비수술적 치료를 선행하도록 권고한다"며 "충분한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팔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영상검사에서 명확한 신경근 압박 소견이 확인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수술이 꼭 필요한 환자는 팔·다리의 운동능력 저하나 마비가 나타나는 경우, 통증으로 일상생활 유지가 불가능하고 배변 활동이 어려운 경우다. 특히 신체마비나 배변장애가 발생하면 최대 24시간 이내에 긴급 수술을 실시해야 신경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강 교수는 "최적의 치료법은 환자마다 다르다"면서 "단순히 수술과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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