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 재활치료, 병원 아닌 집에서 받아도 효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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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으로 입원한 78세 여성 A씨는 병원 다인실에서 잠을 잘 못 자고 낮에는 졸려서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가 어려웠다. 병원 권유로 ‘한국형 조기지원퇴원(ESD)’ 프로그램을 받기로 하고 퇴원 후 가정 기반의 재활 치료를 시작하고선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됐다. 병원의 재활 전문팀이 한 달간 집으로 직접 찾아와 물리·재활 치료를 제공해 주고 지역사회의 복지·돌봄 서비스와 연계도 도와줬기 때문이다. A씨는 발병 후 3개월째 스스로 외출하고 대부분의 일상생활 동작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게 됐다.
A씨가 받은 ESD 프로그램은 2주 정도의 급성기 뇌졸중 치료를 마친 환자들(아급성기에 해당)의 관리 모델로 개발돼 영국이나 호주 캐나다 등지에서 뇌졸중 환자 치료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국내 3개 대학병원 연구진이 이 프로그램을 한국 의료 실정에 맞게 수정해 적용한 결과 그 효용성이 확인됐다. 응급 치료를 마친 뇌졸중 환자의 퇴원 후 재활 치료를 병원이 아닌 집과 지역사회에서 받아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내년 3월부터 전국 시행에 들어가는 의료·요양·돌봄 통합지원사업의 학술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은 ESD를 위한 방문재활, 의료진 가정방문 등에 대한 급여화가 돼 있지 않아 연구가 아닌 진료 목적으로 보편화되기 위해선 보험체계 마련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 학술지 ‘물리·재활의학 연보(Annals of Physical and Rehabilitation Medicine)’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분당서울대병원과 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이 2021년 3월~2023년 6월 경도 및 중등도(중간 정도) 이하 뇌졸중 환자 61명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한국형 ESD 프로그램이 병원 중심의 통상적인 재활과 동등한 수준의 회복 성적을 보이고 우울증 개선 효과는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ESD는 병원에서 받는 재활 치료의 비중을 줄이고 가정 및 지역사회에서 재활 대부분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상은 타인 도움을 받아 평지에선 보행이 가능하고 대소변 보기, 옷 갈아입기, 세면 같은 일상생활 동작도 어느 정도는 수행할 수 있는 이들이다. 각 대학병원은 의사, 물리·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재활 전문팀을 꾸렸다. 퇴원 전에 환자의 상태와 주거·생활 형태를 고려한 방문 재활 치료 계획을 세우고 4주간 매주 1회씩 서비스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계단이 있는 경우 계단 훈련, 환자와 함께 슈퍼마켓 가서 물건을 사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지역사회 돌봄이 필요한 경우 주민센터, 보건소, 돌봄센터,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등과 직접 연계를 해 줬다.
연구팀이 ESD 제공 그룹(31명)과 통상적 병원 재활 그룹(30명)의 3개월 치료 성적을 비교한 결과 기능적 독립성(일상생활 활동 척도) 등 회복 지표는 두 군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우울 점수(PHQ-9)는 ESD그룹이 더 많이 개선됐으며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도 우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이 또 지역사회에 사는 1002명의 뇌졸중 생존 환자 대상으로 장기간 결핍 및 어려움을 느끼는 미충족 수요를 조사한 결과(중복 응답), 복지 혜택 신청을 도와줄 사람의 부재(49%)를 가장 많이 호소했으며 일상생활에 대한 조언 부족(47%), 낙상에 대한 두려움(38%), 재활 치료 부족(33%) 등이 뒤를 이었다.
백남종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17일 “뇌졸중 환자의 재활 치료를 병원에서 전적으로 맡기보다 한국형 ESD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와 적절히 분담하고 협력한다면 뇌졸중이 초래하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재활치료의 중심을 지역사회로 옮기는 동시에 뇌졸중 환자들이 느끼는 장기간 미충족 수요를 적극 지원하고 해소한다면 통합돌봄의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다만 효율적인 돌봄 제공을 위해선 충분한 지역사회 자원과 배후 의료 자원이 있어야 한다. 이들 자원에 대한 현재 수준을 인지하고 부족한 영역에 대해선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효율적인 지역사회 돌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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