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약 오래 먹으면 치매 걸린다는 소문,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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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틴 계열 치료제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일부 언론·SNS·건강 정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특히 소문은 2012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약물 포장지에 단기 인지장애 사례가 보고됐다는 안내 문구를 추가하면서 더 퍼지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일부 사례 보고를 중심으로 '인지기능 저하에 대해 명확한 인과관계는 입증되지 않았으나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다.
약물을 복용한 환자가 기억력 저하를 경험했다는 개별 사례들이 매체를 통해 반복적으로 공유됐고, 이를 근거로 '스타틴 약물을 장기 복용하면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대중적으로 퍼졌다. 한국의학연구소(KMI) 안지현 상임연구위원은 "이러한 소문은 극히 일부 사례의 경험담이나 임상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초기 보고에 근거한 오해, 그리고 공신력 낮은 정보가 반복 확대된 것"이라며 "대중적으로 뉴스를 타거나 SNS에서 파급력이 커진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지현 상임연구위원은 "장기간 스타틴 복용과 치매 위험 증가를 연결하는 소문은 초기 사례 보고와 미디어 확산으로 생긴 '근거 부족한 사회적 불안'에 가깝다"며 "국제학술지와 전문학회, 임상 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치매 발생 위험과 스타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뇌 건강과 치매 위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연구와 권고를 발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지난 1월에는 연구 표본이 약 780만명인 대규모 메타분석 연구에서 스타틴 치료제가 치매·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모두 낮춘다는 연구 결과도 등장했다. 브라질 마나우스 아마조니스 연방대 의과대학 루이스 베스트팔 필류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스타틴 계열 약물 중 하나인 '아토르바스타틴'을 복용한 환자는 치매 발생 위험이 약 11% 감소했다. 임상시험이 아닌 메타분석이기 때문에 인종·진단 기준 등 데이터 간 이질성의 한계를 무시할 수는 없으나, 표본의 크기를 고려할 때 유의미한 연구 중 하나라고 평가받는다. 이에 최근 의료계에서는 환자가 소문을 우려해 약물 복용을 거부할 경우 해당 연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최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가설은 스타틴 치료제가 치매의 주요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줄여줄 수 있다는 추정이다. 스타틴을 통해 혈관 벽을 안정시키면 뇌로 가는 혈류가 개선되고, 뇌에 미세한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줄여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한양대병원 가정의학과 박계영 교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쌓일 때 콜레스테롤이 일부 관여한다 보니, 스타틴을 통해 단백질이 쌓이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면서도 "아직은 가설 단계인 만큼, 추가 연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안지현 상임연구위원은 "실제 10여년 동안 같은 곳에서 거의 매년 건강검진을 해 오면서 경동맥초음파검사도 해 온 환자 중 죽상경화증이 눈에 띄게 진행된 환자를 만난 적이 있다"며 "초반에는 약물 처방을 받았지만, 지인이 중단을 권해 계속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환자에게 경동맥초음파검사 사진의 변화를 보여드렸더니 놀라며 약을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스타틴 약물을 의사의 지시대로 잘 복용해 심혈관질환을 꾸준히 예방하고,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우울증을 비롯한 치매 위험을 높이는 다른 요인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진들은 환자가 만약 약을 복용했을 때 기억이 흐려지는 등 정신적인 불편함을 의심한다면, 약물을 교체하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박계영 교수는 "스타틴 계열 치료제는 심장·뇌혈관 질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가 워낙 확실한 약이기 때문에, 건강을 위해 복용이 필요할 때는 의사로부터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기존에 약을 복용하던 사람이 검증되지 않은 소문을 우려해 약을 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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