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근시가 위험하다
페이지 정보
본문

출근길 지하철, 점심시간 카페, 잠들기 직전 침대 위까지, 하루 종일 우리의 시선은 작은 화면에 고정돼 있습니다. 이렇게 혹사당하는 눈은 피로와 근시 진행, 각종 안과 질환의 위험에 노출됩니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는 근시가 단순한 굴절 이상을 넘어 심각한 시력 손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의 눈은 이런 변화에 얼마나 잘 대비되어 있을까요?
■ 고령화와 디지털 환경이 부추기는 위험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빠르게 진행 중입니다. 2024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의 약 19%이며, 2036년에는 30%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황반변성과 녹내장 같은 만성 안질환의 유병률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주요 안과 질환들은 근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을 넘어, 다양한 안과 질환의 중요한 위험 인자로 작용합니다. 특히 고도근시는 망막이 얇아지고 안축장이 길어지면서 망막박리, 맥락막신생혈관, 황반변성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도근시 환자에서는 망막 격자변성과 망막열공 발생률이 높고,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8배나 높습니다. 또한 근시는 녹내장과도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녹내장 발생 위험은 중등도 근시에서 2.2배, 고도근시에서는 4.6배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현대인의 생활 방식은 눈의 피로와 병적 근시 진행을 가속화합니다.
야외 활동 감소와 장시간의 근거리 작업은 근시 발병의 대표적인 환경 요인입니다. 우리나라의 근시 유병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2024년도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초등학교 1학년의 시력 이상 비율은 30.8%이고, 고등학교 1학년에서는 74.8%까지 증가합니다. 성인에서도 40세 이상 근시 유병률이 2008년 34.9%에서 2020년 53.0%로 상승하였고, 12~18세 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은 80%, 고도근시는 12%에 달합니다. 이러한 수치는 근시가 단순한 개인의 불편을 넘어 공중보건 차원의 중대한 이슈임을 보여줍니다.
■ 근시, 조기 진단과 체계적 관리가 핵심
근시는 대부분 소아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조기에 발생할수록 고도근시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확한 굴절 검사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진행 속도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 소아에서는 조절마비 하 굴절검사를 통해 가성 근시와 진성 근시를 구분해야 하며, 성인에서도 고도 근시의 경우 정기적인 망막·시신경 검사가 필요합니다.
교정 방법으로는 안경과 콘택트렌즈가 기본이지만, 근시 진행 억제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법들이 활용됩니다. 특수 설계된 다초점 안경렌즈(DIMS, HAL)나 이중초점 소프트렌즈, 수면 중 착용하는 각막굴절교정렌즈(OK 렌즈)는 임상적으로 근시 진행을 유의하게 억제하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 또한 소아 근시 진행 억제에 효과적이며, 환자의 나이와 진행 속도, 동반된 사시 유무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든다
근시와 관련된 안과 질환을 예방하고 시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 야외활동: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이 권장됩니다.
- 근거리 작업 관리: 책이나 스마트폰은 30~35cm, 컴퓨터는 50c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고, 20~45분마다 눈을 쉬게 합니다.
조명과 자세: 너무 어둡거나 밝지 않게, 일정한 조명 아래에서 바른 자세로 작업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 비비는 습관 피하기: 특히 고도근시 환자에서 망막 열공·박리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안과 정기검진: 소아는 근시 진행 상황 확인을 위해 정기 검사를, 성인은 1년마다 안저검사와 시야검사를 포함한 선별검사가 필요합니다.
근시는 '잘 안 보인다'는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황반변성, 망막박리, 녹내장 등 실명 위험 질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 그리고 올바른 생활습관만으로도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눈 건강을 점검하고 근시 관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평생 시력을 지키는 첫걸음입니다.
글=박경아 대한안과학회 홍보위원(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

관련링크
- 이전글심근경색·뇌졸중 환자 분석해보니… 10명 중 9명이 발병 전 이미 ‘이것’ 앓았다 25.10.10
- 다음글허리디스크,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아… 초기에 주사 치료 도움 25.10.0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