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인물iN] 점심 먹으러 요양시설에 온다는데...일본 ‘아이오케어’ 뭐길래?
페이지 정보
본문
타다스케 카토. [사진=아오이케어][요양뉴스=박지성 기자] 요양원에 들어가면 노인들은 그동안 함께 살아온 친구나 가족과 소원해 지는 경우가 많다. 거주지를 옮긴 탓에 물리적 거리가 멀어졌을 뿐더러 시설 내 고정된 프로그램 일정으로 개인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노인 고립은 해외에서도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이에 일본인 타다스케 카토(1976~)는 노인 거주공간이 지역주민 가까이에 있도록 시설을 운용했다. 그의 케어 핵심은 개방이었다. 그는 요양시설에 탁로소와 카페 등을 결합하면서 입소 노인간만 교류하던 생활반경을 넓혀 동네 주민들과도 소통할 수 있게 만들었다.
화장실도 못가는 요양원에서 단기숙박도 제공하는 그룹홈 모델로
타다스케 카토는 우연한 기회로 중증 노인을 위한 특별양호노인홈에서 노인 돌봄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는 그곳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교육학을 전공하던 그의 눈에 비춰진 요양시설은 ‘사람이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하는 곳’이었다. 입소 노인들은 정해진 시간에만 화장실에 간다거나 방에서 거실로 나올 수 있었다.
결국 그는 2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직접 노인공동생활가정(그룹홈) ‘아오이케어(AOI care)’를 개원했다. 아오이케어의 출발은 단 6명의 노인만을 돌보는 그룹홈이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 6~9명이 모여서 생활하면 치매의 진행을 늦춘다는 전문서적를 참고한 결과물이었다. 여기에 더해 그는 주간보호(데이서비스)를 병설해 운영했다. 소수의 인원을 대상자로 하다보니 인건비 부담이 더욱 커지자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자 내린 결단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데 점차 한계를 느꼈다. 한 어르신은 손자 졸업 여행을 위해 집을 떠나와 잠시 단기보호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처음 와 본곳이라 길이 낯설어 출구를 헤매다 다리를 다쳤다. 그 길로 영영 요양을 받아야 하는 몸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고자 그는 익숙한 환경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소규모 다기능형 거택 개호’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야간보호나 방문요양 서비스도 이용하면서 단기적으로 입소가 가능한 시설을 함께 설립한 것이다.
현재 아오이케어는 치매고령층이 거주하는 ‘치매고령자 그룹홈’, ‘소규모 다기능형 거택 개호’와 치매고령층이 낮에 방문하거나 원하는 경우 짧은 기간 지내면서 지역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개방공간’으로 구성됐다.
입소 노인과 지역주민이 함께 사는 곳
아오이케어는 제공서비스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공간 활용 방식에도 변화를 줬다. 특히 그는 아오이케어가 노인들이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전통적인 노인 주거시설 디자인부터 변경했다. 가정처럼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테이블, 흰색 벽, 흰색 바닥 대신 나무, 돌, 흙과 같은 자연 소재를 활용하고 자연광이 잘 들어올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했다.
또한 노인들이 매일의 활동을 자유롭게 계획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원하는 시간에 요리를 해서 밥을 하고 설거지도 직접 하고, 재봉을 한다던지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그 일환으로 아오이케어는 직원들에게 업무 지침을 제공하지 않았다. 카토는 직원 각자가 이용자 자립 지원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만이 진정한 돌봄이라고 여겼다.
아이를 보고 웃고 있는 아오이케어 입소자. [사진=아오이케어]친노인적 환경 구축과 동시에 지역주민들이 오고 싶어하는 장소로 시설에 대한 혁신을 추구했다. 그래서 보통 노인시설은 교외나 고립된 곳에 위치하는데 아오이케어는 접근성을 높이고자 수도로부터 멀지 않고 버스 등 대중교통과 가깝게 지어졌다. 아울러 이곳은 요양시설이지만 소규모 탁아시설이기도 했다. 탁아소 건물에 레스토랑이 입점하면서 지역주민들은 종종 점심을 먹으러 이곳에 방문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입주민들과 어울리며 치매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 아오이케어의 목표였다. 실제로 입주민들은 개방공간에서 어린이와 대화하고, 고정된 프로그램 대신 자신의 잔존능력을 활용해 지역주민과 함께 작업을 한다던지 빵을 만들어 판매한다던지 등의 활동을 하며 노후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아오이케어는 요양시설을 단순한 돌봄공간으로 바라보지 않고, 지역사회와 연결된 생활공간으로 변화시켰다. 노인들은 일상을 영위하면서 지역주민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주민들은 요양시설을 꺼리지 않고 동네 커뮤니티 중 한 곳으로 받아들였다. 최근 집값 하락과 같은 우려로 국내에서는 노인요양시설은 혐오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지역사회와 연계성을 높인 카토의 개방 돌봄 모델은 한국 사회에도 시사점을 준다.
관련링크
- 이전글급성요통·허리디스크, 병원치료 어떻게 다르나요? 25.03.05
- 다음글내 콩팥 지키는 쉬운 방법… ‘이것’ 든 식품 멀리해라! 25.03.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