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인물iN] 강아지 두 마리와 고양이 네 마리가 함께하는 요양원, 전국 ‘표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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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뉴스=박지성 기자] [편집자주: ‘복지인물iN’은 우리가 누리고 있는 복지에 감사하며 복지와 관련된 인물의 업적, 비하인드 등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새롭고 흥미로운 소식으로 매주 찾아오겠습니다. 복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빌 토마스(Bill Thomas) 박사. [사진=성장과 발전센터]
1980년대 이후 반려동물이 노인의 몸과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다수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버지니아 커먼웰스 의과대학의 인간·동물 상호작용 센터 소장은 반려견과 산책은 보호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며 신체기능을 제고하고, 동물과 소통하며 우울증도 감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국내 장기요양 수급자는 요양원에 입소하려면 오랫동안 키우던 반려동물을 포기해야 했다. 지난해 들어서야 반려견과 같이 입소할 수 있는 1호 요양원이 인천 부평에 문을 열었다. 미국에서 빌 토마스(Bill Thomas, 1951~) 박사의 주도로 개소된 반려동물 동반 요양원과 비교하면 무려 30년이나 뒤처진 것이다. 이는 당시 주법을 어긴 채 진행된 실험적인 시도였지만 현재 국제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생명을 돌보며 고령자, 삶의 의미 찾도록
과거 토마스는 24시간 일하는 응급실 의사로 일하면서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 결국 그는 체이스 메모리얼 요양원(Chase Memorial Nursing Home)의 파트타임 의사직을 수용하기로 했다. 겨우 31살이던 어린 나이에 노인 돌봄 경험이 거의 없었지만, 의사로서 사명감으로 존엄한 노후를 보내지 못하는 장기요양의 현장을 개선해 나가는 일에 도전한 것이다.
그는 요양원에 부임하자마자 해당 시설의 삭막함에 놀랐다. 뉴욕주 소도시 뉴 베를린은 아름다운 식물과 다양한 야생동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이곳에 위치한 요양원은 입소자들과 이들을 돌보는 직원들을 제외하면 ‘생명체’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이다. 전통적인 건물 설계 방식에 따르다 보니 요양원은 철저하게 자연과 단절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입소자들이 겪는 지루함, 외로움, 무력감을 세 가지 ‘재앙’으로 정의하면서, 이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요양원에 생명체인 동물, 식물, 어린이가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시도는 노인들이 자발적으로 누군가 또는 무언가를 돌보면서 더 이상 지루하고 외로울 틈도 없게 자신의 존재의 쓰임을 찾는 일이었다.
공간 변화가 주는 힘
“북극곰을 데려다가 아마존 정글에 내려놓으면 곰은 살아남을 수 없을 거예요. 노인들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약, 치료, 수술이 아니에요. 정답은 요양원을 다시 만들어서 그곳에 살고 일하는 사람들을 양육하고 지원하는 공간을 만드는 거예요.” 노인들은 단순히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그들이 편안하고 존엄하게 살아갈 환경을 필요로 한다는 게 토마스의 생각이었다.
그는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노인들과 직원들이 행복하도록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법에 저촉돼 쉽지 않았다. 뉴욕주는 요양원 입소 시, 개 1마리와 고양이 1마리만 허용하고 있었다. 그는 주 의회를 설득한 끝에 2년 동안 작은 개 2마리, 고양이 4마리, 잉꼬 새 100마리와 토끼, 닭을 요양원에 들여놓는 실험적 허가를 받았다. 요양원 마당엔 화단도 만들고 각 방에는 식물도 놓았다. 직원의 자녀들을 위한 탁아시설도 마련했다.
그 결과, 입소자들은 잠에서 깨어나 동식물과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했다. 덕분에 수면제와 같은 불안 장애를 치료하는데 쓰였던 약물 급여량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입소자들의 삶에 대한 의지도 강해져 사망률도 감소시켰다. 타 시설 대비 직원들의 이직률 역시 낮았다. 이러한 실험적 모델을 도입한 요양원의 최근 연구도, 비슷한 건강 개선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토마스는 이같이 요양원에 동식물, 아이들과 함께 거주하는 모델인 ‘에덴 대안(Eden Alternative) 프로그램’을 미국 전역에 확산시켰다. 요양 문화를 바꾼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에덴 협회(The Eden Alternative)도 설립했는데, 지금은 일본·호주·스칸디나비아·유럽·캐나다·영국에도 지부를 둘만큼 성장했다.
요양원의 본질이 단순한 의료시설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어야 한다는 그의 교훈은 점차 국내 요양시설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반려동물 동반 노인요양시설 지원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다만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사업비 예산 문제로 무산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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